좋은 동료의 기준은 뭘까요? 아침에 웃는 얼굴로 인사해 주는 동료일 수도, 내 일도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함께 고민해 주는 동료일 수도 있겠죠. 여러 기준이 있지만 앳홈에는 더 분명한 기준이 있습니다. 6개월마다 한 번 선정되는 '피플 오브 앳홈'이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앳홈은 일하는 방식인 5 Standards를 몸소 실천한 이들을 동료 추천을 통해서 선정하고 축하하고 있는데요. 2026년 상반기, 피플 오브 앳홈으로 선정된 김보경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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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
브랜드 디자이너가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넘어 촬영, 상세페이지까지 다루게 된 이유
디자인을 더 잘하기 위해 만든 보물상자가 있다고?
팝업 현장에서 얻은 신선한 충격, 그리고 '컴포트존을 벗어난' 디자이너의 회고
미닉스 브랜드 디자이너 보경님과의 인터뷰는 벌써 두 번째입니다. 지난봄 열렸던 미닉스의 오늘의집 북촌 팝업(링크)의 인상 깊었던 디자인에 대해서 여쭙고 기록했거든요. 30분 남짓의 짧은 인터뷰였지만, 그때도 예사롭지 않은 일잘러의 기운을 느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보경님이 2026년 상반기 피플 오브 앳홈 수상자로 선정되었어요. 역시 사람 보는 눈이 다 같다 싶었어요.
두 번째 만남이라 질문할 것이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인터뷰 하면서는 괜한 걱정을 했다 싶었어요. 짧다면 짧은 상반기인데도, 보경님은 큼지막한 프로젝트들을 턱턱 해냈습니다. 더 플렌더 mini의 기본적인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잡고, 이를 기반으로 사진 촬영, 상세페이지까지 작업하는 동안 디자이너이자 프로젝트 매니저처럼 일했고요. 오늘의집 팝업과 백화점 입점 프로젝트까지 완수해냈습니다. 요즘도 새로 나올 미닉스의 제품 아이덴티티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어요.
인터뷰를 할수록 디자인 자체보다는 일하는 방식, 일에 임하는 태도,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방식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분이 과연 디자이너가 맞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앳홈의 브랜드 디자이너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미닉스디자인파트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보경님과 함께, 2026년 상반기를 어떻게 달려왔는지 돌아봤어요. 그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가장 중요한 목적을 생각하는 디자인
보경님, 영예로운(?) 피플 오브 앳홈에 선정되신 걸 축하드려요. 지난 상반기 바쁘게 달려오셨을 텐데, 기쁘셨겠어요.
좋았어요. 좋았는데… 저도 발표하는 그때 알았거든요.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육성으로 "왜?"라고 소리 질렀어요. 옆에 다른 팀원분들이 계셨는데, 놀라면서 웃으시더라고요. (웃음)
보경님도 예상 못 하셨던 거죠?
그렇죠. 저 말고 받으셔야 할 분들이 많아요.
이따가 샤라웃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릴게요. 일단 피플 오브 앳홈은, 앳홈의 문화 3.0인 5 Standards를 기준으로 선정되잖아요. 앳홈의 다섯 가지 일하는 방식 중에 보경님께 가장 익숙한 건 뭐였나요?
음… 이건 확실히 하나가 있는 것 같아요. '압도적인 속도로 실행하라'요. 저희가 커머스 환경이다 보니까 속도만큼 중요한 게 없거든요.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저는 그럴 때 그냥 가장 중요한 목적을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면, 본질에 가까운 것인가요.
맞아요. 예를 들어 오프라인 공간에 놓이는 작은 POP* 하나를 만든다고 해 볼까요. 제가 봤을 때는 완성도가 100이 안 됐어도, 마감이 당장 내일이고 지나가는 사람이 한번 더 쳐다보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그걸 달성하면 되는 거잖아요. 물론 완성도를 시간 내에 끌어올리는 건 제 몫이지만, 그걸 꼭 내 마음에 들게, 100으로 채우는 게 1번인 건 아니더라고요. 관심을 끌고, 구매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더 속도를 낼 수 있으니까요.
* POP: Point Of Purchase. 매장 내 진열한 상품 설명이나 각종 행사 등을 소개하기 위해 설치하는 일련의 홍보 광고물.
완성도와 목적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겠네요. 쉽지는 않겠지만요. 그럼 반대로도 여쭤볼게요. 5 Standards 중에 가장 낯설고, 더 잘하고 싶은 일하는 방식은 무엇인가요.
다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는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라'를 고르고 싶어요. 저희 모두가 브랜드에 속해서 공급자의 관점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회사 밖에서는 저도 소비자잖아요. 근데 하루 종일, 일주일에 5일, 최소 8시간씩은 들여다보는 브랜드가 미닉스다 보니까 결과물을 만들 때 저도 모르게 공급자적인 관점으로만 접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나는 이게 더 좋아 보이는데' 하는 마인드요. 그럴 때 진짜 소비자였다면 뭐에 호기심을 가지고 뭘 사고 싶어 했을지 잊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고객 관점에 더 맞닿을 수 있을까요.
계속 고객이 되는 경험을 만드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무언가 구매했을 때 '나는 이걸 왜 샀을까'를 생각해보는 거죠. 저도 잘하는 편은 아닌데, 훈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보경님을 피플 오브 앳홈에 추천한 리더의 이야기를 보니, "답이 정해지길 기다리지 않고 다음 행동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보경님을 소개하는 한 문장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답을 기다리는 쪽이 편하고, 그걸 선택하기 마련인데요. 자연스럽게, 언제부터, 왜 이렇게 일하게 되셨는지 물었어요.
뾰족해도 괜찮은 이유
업무할 때 주도적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건 보경님의 원래 성향에 가까운가요.
그런 것 같아요. 원래도 제 눈에 밟히는 게 있으면 제안을 하는 편이긴 해요. 맡겨진 프로젝트나 업무가 있으면 그것 자체만 생각하기보다 '이게 왜 필요하지', '왜 나한테 이걸 줬지'부터 생각을 하는 습관이 있거든요. 결과적으로 나한테 주어진 일이라면 '이걸 어떻게 하면 다르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그러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이렇게 나오겠지만, 다른 방식으로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작업해보고 나서 제안하는 것 같아요. 먼저 만들어 보고 만족에 가까우면 그때 리더님들에게 제안하거나 보여드리곤 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새로운 기준이 되기도 하고요.
음, 해봤는데 별로면 어떡해요?
그러면 사실 리드 선에서 걸러지죠. (웃음) 사실 이게 가능한 이유 중 하나가, 제가 누군가를 리딩하는 역할이 아니라서인 것 같아요. 플레이어일 때는 오히려 좀 더 모나 있거나 툭 튀어나온 생각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들 저한테 그런 걸 기대하실 것 같기도 하고요. 뾰족해서 튀더라도 결국 피드백 주고받으면서 깎이고 제자리를 찾아가니까, 제가 한 작업 뒤에 함께하는 동료들을 믿기 때문이기도 해요.
더 플렌더 mini 디자인 프로세스에서는, 기존 방식과는 조금 다른 시도를 했다고 들었어요.
더 플렌더 mini는 이전 모델들과 사이즈도 용량도 완전히 다른, 새로운 포지셔닝의 제품이었거든요. 1인 가구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지점에서 나온 제품이니까요. 비주얼 아이덴티티에서는 '밀착'이라는 키워드를 잡았어요. 기존 더 플렌더는 2~4인 가구의 깔끔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면, 이번엔 1인 가구의 진짜 생활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랬군요. 저만 느낀 건지 모르겠는데, 사진들도 그렇고 상세페이지도 그렇고 톤이 확실히 다르다 싶었어요.
진짜 1인 가구의 모습도 다양할 수 있잖아요. 리얼리티를 어디까지 보여줄지도 따로 정의가 필요했어요. 완전히 러프하게 찍을지, 딱 정제된 모습을 보여줄지, 아니면 그 중간의 '스타일링된 리얼리티'로 갈지 고민을 해야 하니까요. 결국 어느 정도 '선망성'을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 리얼리티를 살리는 쪽으로 정했죠. 사진 속에서도 냉동실이 가득 차 있거나, 싱크대에 물기가 남아 있거나, 행주가 축축했으면 하는 디테일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처음엔 욕심을 좀 많이 부려서 컷마다 담고 싶은 스토리도 다 구상했었어요. (웃음) 브랜드영상팀에서 현실적인 포인트를 잘 잡아 살려주셔서 다행이죠. 패키지나 전체 아이덴티티에서는 미니라는 이름을 크게 강조하면 일부러 작게 보여준다든지, 크기 대비를 과장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은 공간을 차지하는 만큼 남는 공간은 거대하다'는 제품 자체의 콘셉트를 보여주고자 했어요.
원래 디자이너가 이렇게 전체적인 아이덴티티부터 세부적인 비주얼 콘셉트까지 관리했었나요?
그렇진 않고, 이번에 처음 해본 방식이에요. 계기가 있었는데, 이전에 더 시프트 출시 프로젝트를 할 때는 사진 촬영, 상세페이지, 패키지 등을 다 따로 기획하고 따로 제작했었거든요. 이게 일반적인 방식이긴 해요. 더 시프트 론칭 행사에서 김치냉장고의 아이덴티티를 임팩트 있게 전달하기 위해 레드 컬러를 활용했는데, 이후에 메인 컬러로 사용하게 됐어요. 그러고 난 뒤에 이미 만들어진 산출물에 그 컬러를 적용했다 보니 쉬운 작업은 아니었어요. 그때 생각이 든 거죠. 처음부터 아이덴티티를 잡고 고민할 시간이 있었으면 하나의 관통하는 컨셉이 생기고, 그걸로 제품 캐릭터가 더 강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요.
이번에 실제로 그렇게 해보시니 어때요?
힘들죠. (웃음) 사실 제품이 나올 때부터 USP*는 정해져 있으니까, 그려낼 수 있는 비주얼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 싶은 생각도 들고, 빙 돌아가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체를 다시 돌아보니 훨씬 탄탄해진 것 같더라고요. 명분과 근거가 앞에 쌓여 있으니까, 나중에 누군가를 설득할 때 그게 더 큰 힘이 되고요. 이런 방식이 앞으로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USP: Unique Selling Proposition. 제품, 서비스 또는 브랜드가 경쟁 제품과 구별되는 독특하고 고유한 특징
늘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좋은 거 많이 보고 들어야 좋은 걸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있잖아요. 보경님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특히 디자인을 더 잘하기 위해서 따로 신경 쓰는 게 있나요.
저만의 보물상자가 있어요. (웃음) 멋진 작업물들을 모아놓는 곳인데, 디자인만 있지는 않고요. 패션이든, 영상이든, 음악이든 관련된 걸 다 이렇게 모아놔요. 그래서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방향성을 딱 정해두려고 하지 않고 그 상자 안을 먼저 한번 쭉 훑어보는 거죠.
그럼 뭐라도 건질 수 있겠군요.
네. 꼭 비주얼이 아니어도 돼요. 여러 작업물들을 보면서, 그 안에서 쓰인 생각이나 콘셉트가 재밌으면, 그런 포인트를 하나둘 끄집어내서 기획부터 시작하는 거죠.
보경님의 영감의 원천이 궁금해, 보물상자에서 딱 하나만 보여달라고 했는데요. 핀터레스트를 열어 잠깐 살피더니, 허먼밀러의 에어론 체어를 소개하는 캠페인 영상을 보여주셨어요. 여러분과도 함께 보려고 영상을 가져왔답니다.
하루만 꼽기 어려우실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지난 상반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가 있으세요?
음… 가장 인상 깊었던 하루라면 오늘의집 팝업 현장에 스태프로 나갔던 날인 것 같아요. 사실 디자이너들이 현장에 나갈 일은 많이 없잖아요. 상상은 많이 하지만, 대부분은 모니터 안에서 작업하고 넘기면 끝인 경우가 훨씬 많아요. 그런데 이번엔 처음으로 현장에 나가서 고객분들이 어떤 표정으로 팝업에 들어오고, 우리가 디자인한 공간을 어떻게 즐기다 가는지를 직접 봤거든요.
솔직히 가기 전엔 '내 일이랑 무슨 상관이 있나', '내가 가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가서 보니까 마케팅팀, 세일즈팀 전부 다들 역할 구분 없이, 밖으로 나가서 풍선 나눠주면서 호객하시고, 더운데 땀 뻘뻘 흘리면서 세일즈 멘트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거 해본 적 없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그 모습 보면서 저 개인적으로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앞으로 어떻게 일해야 할지 생각하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이렇게 벅찬 보경님의 상반기를 함께 만들어 준 분들께 고마움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저희 미닉스디자인파트가 서로 지탱하고 있는 구조라서요. 서로서로 기대고 있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빠지면, 정말 힘들어질 거예요. 제가 상반기 프로젝트들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다른 분들이 자기 영역에서 그만큼 애쓰고 있어서예요. 항상 감사하죠. 규성님, 예원님, 다빈님, 지연님, 윤정님, 예빈님…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러프하게 던진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주시는 브랜드영상팀 팀원분들, 일이 되게끔 계속 일을 만들어 오시는 미닉스 마케팅, 세일즈 조직 동료들께도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음, 2026년 상반기를 한 문장이나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요?
저는 '컴포트존을 벗어났다'로 정리하고 싶어요. 외연 확장이요.
외연 확장. 멋진 정리네요. 컴포트존을 얼마나 벗어나셨어요, 지금?
(양손을 조금 벌리며) 딱 이 정도요. (웃음) 사실 다리 하나는 아직 걸치고 있는 느낌이에요.
벌써 반이나요. 한 발은 아직 컴포트존에 있는 건가요. (웃음)
네, 근데 한 발짝 나왔으니까 다음에 하게 될 프로젝트에서는 좀 더 많이 나가보려고 해요.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소설 <구르브 연락 없다>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인 구르브는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인데요. 인간으로 변장해 살아가고 있어요. 인간 세계가 신기해 이것저것 하며 돌아다니는 그에게 한 인간이 다가와 "공부를 할 것이냐, 일을 할 것이냐"며 하나만 하라고 몰아붙입니다. 구르브가 탐탁지 않아 보였던 건데요. 인간 세계에선 택일의 문제처럼 여겨지지만, 외계인인 구르브는 사실 둘의 차이를 모르겠다고 답합니다. 부지런히 공부하든 일에 매달리든, 열심히 하면 결국 새로운 걸 배우고 중요한 걸 만들어낼 수 있지 않냐면서요.
이번 인터뷰에서 저는 자꾸 하나를 고르라고 물었던 것 같습니다. '디자인을 한 거냐, 브랜딩을 한 거냐, 프로젝트 매니징을 한 거냐…' 하나만 해야 하는 것도, 하나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바보같이 이런 질문들만 주워섬긴 겁니다. 보경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쩌면 앳홈이 원하는 동료는 '하나만 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외계인 같은 생각처럼 보일지라도, '가장 중요한 본질'만 생각하며 달려가는 게 필요하겠지요.
이런 낯선 생각이 반갑게 느껴지신다면, 앳홈과 잘 맞는 분일 거예요. 앳홈은 지금 하나의 일에 얽매이지 않고 계속 나아갈 동료를 찾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움직이신다면 [이곳]을 눌러 채용 중인 포지션을 확인해 보세요. 컴포트존을 완전히 벗어나 달리고 있을 보경님과 함께 새로운 동료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