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역 2번 출구로 나오니 햇살이 내리쬡니다. 언제 푸르러졌는지 모를 은행나무들이 북촌로를 따라 펼쳐져 있습니다. 어딘가 서울스럽지 않은 낮은 가게들을 쭉 지나면 갈림길에 닿습니다. 역에서 멀어질수록 사람이 더 많아지네요. 가까운 경복궁과 이색적 풍경 때문인지 관광객도 많이 보이고요. 어라, 앞에 가는 두 어린이가 하얀 풍선을 들고 있습니다. 풍선엔 “밀린 집안일 다 처리해 드립니다”라고 쓰여 있어요. 아이들이 들기엔 조금 어색한 문구지만 괜시리 뿌듯합니다. 오늘의 목적지가 바로 저 곳이거든요.
어제의 집들이 즐비한 서울 북촌에 자리한 ‘오늘의집 북촌’ 1층에서는 오늘의집이 선정한 브랜드들의 팝업, 전시가 열립니다. 날 좋은 5월 중순엔 미닉스가 자리를 꿰찼습니다.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오늘의 집과, 오늘날 공간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는 미닉스의 시의적절한 만남입니다.
미닉스가 밀린 집안일 다 처리해 드립니다
미닉스의 팝업, 처음은 아니지만요. 이렇게 다양한 제품을 한번에 선보이는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한번에 많은 고객을 만나는 자리라 여러모로 준비할 것도 많았는데요. 여러 제품을 하나의 콘셉트로 엮어 내는 게 중요하겠죠. 이번 팝업의 콘셉트는 ‘집안일 해결소’입니다. 미닉스가 내놓은 제품들이 집 안에서 벌어지는 생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했어요.
팝업의 첫 공간에 들어서면, 말 그대로 엉망인 집구석을 마주하게 됩니다. 마치 저희 집을 옮겨놓은 것마냥, 어디서부터 손 대야 할지 감이 안 오는 방이 전시돼 있습니다. 냉동실에 쌓여 있는 음식물 쓰레기부터 침대와 소파에 널부러진 빨랫감, 싱크대에 곡예하듯 쌓인 접시들, 바닥에 하수구라도 있는 듯 모여 있는 머리카락까지. 어젯밤 쌓아 두고 나온 옷가지가 오버랩되더군요.
두 번째 공간에선 ‘집안일 귀찮음 유형 테스트’를 할 수 있었어요. 전부 다 귀찮아서 문제였지만 어떻게든 하나를 골라 봅니다. 며칠째 방치한 설거지가 떠올라 자연스레 설거지 테스트지에 손이 갔어요. “내일 하려고 불리고 있다”는 변명을 택하자 ‘설거지 방관자’가 됐습니다. 뼈아픈 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었습니다. 미닉스 식기세척기를 사면 해결되려나요?
테스트를 완료하고 열쇠를 받아 캐비닛을 열면, 선물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고객님들께 양보(?)했답니다. 마지막 공간은 ‘집안일 청정구역’입니다. 미닉스의 가전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진 집안일과 정돈된 집을 보며 마음을 쓸어내렸어요. 복권을 긁어 선물까지 받아가면 팝업 체험은 끝이 납니다.
팝업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미닉스 제품은 20만 원에서 40만 원대까지 다양합니다. 구경 왔다가 덜컥 사기에는 부담되는 비용일 수도 있겠죠. 저도 처음엔 누가 사려나 생각했는데, 팝업에서 제품의 효용을 자연스럽게 보여준 탓인지 판매가 꽤나 이뤄졌어요. 토요일(16일) 하루에만 30대 가까이 팔렸고요. 제가 머물렀던 30~40분 사이에도, 고객 한 분이 더 플렌더 MAX를 구매하시더라고요. 출구를 나서자마자 “나 이제 자취 시작하는데… 여기 거 사면 되겠다”라는 대화를 나누는 분들도 계셨어요. 이 정도면 성공 아닌가요?
상상 속 집안일 해결소를 현실로 만들다
팝업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시키는 다양한 소품 디자인이었어요. 포스터부터 시작해서 귀찮음 유형 테스트 리플렛, 리플렛에 찍어주는 도장, 스크래치 복권과 찌라시(?)까지 미닉스디자인파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는데요. 수많은 디테일을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했는지, 브랜드 디자이너 김보경 님께 물었어요.
공간에 녹아 있는 자연스레 눈이 갔어요. 손바닥만한 복권부터 팀원들이 입은 티셔츠까지 다양한 디자인을 하셨잖아요. 이렇게 많은 종류를 한번에 디자인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나요?
‘집안일 해결소’에서 출발하되, 디자인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세계관을 만들었어요. 팀과 논의한 끝에 ‘미닉스 홈케어 솔루션(Minix Homecare Solutions)’이라는 가상의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에서 만들어지고 사용하는 소품이나 디자인 제품이라고 가정하고 디자인을 했죠. 여기에 더해서 팝업에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미닉스를 각인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다가 ‘밀린 집안일 다 처리해드립니다’라는 핵심 카피를 정했어요. 이걸 계속 보여주면서 ‘뇌리에 남게 만들자’는 방향성을 잡았어요. 포스터나 풍선에도 메인 타이틀로 넣어서 계속 노출시켰고요.
가장 신경 쓴 디테일은 뭔가요? 사람들이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야심작이라고 할까요.
스크래치 복권이라든지, 스탬프 같이 사람들이 직접 사용하고 가까이서 보는 소품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복권을 받고 긁었을 때 짜잔! 하는 재미를 주고 싶어서 화려한 그래픽을 넣기도 했고요. 리플렛에 찍어 주는 도장도 원래는 글자만 찍히게 만들려고 했는데요. 팝업을 체험하러 온 사람들이 ‘찍고 싶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전체 콘셉트와 맞게 미국 일러스트 느낌이 나게 만들어 봤어요. 고객분들이 디테일하게 보지는 않으셨겠지만 팝업에 있던 팀원들이 매고 있는 사원증에도 재밌는 요소를 넣어봤어요.
기존에 하던 미닉스 제품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디자인과는 조금 다른 작업이었겠어요.
맞아요. 중심이 되는 키 비주얼을 마련하고 뻗어나가는 건 비슷하지만, 팝업의 특성상 조금 더 자유도가 있는 편이죠. 미닉스 브랜드 디자인에선 어떤 걸 덜어내고 정돈할지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면 팝업에서는 확 새로워도 되거든요. 실험적으로 할 수도 있고요.
모니터로만 보던 디자인이 실제로 현장에 놓였을 때 어떠셨어요?
사실 걱정 많이 했어요.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아서요. 아침에 요청 들어온 작업을 밤에 데이터 아웃시키고 퇴근하고 그랬거든요. 그래도 현장에서 봤을 때 상상한 만큼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콘셉트 몰입감을 높일 수 있는 장치들을 더 많이 만들어볼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은 있어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팀원 한 분이 저희 유니폼 입고 밖에서 풍선 나눠주는 중에, 어떤 분이 오셔서는 ‘내가 곧 이사하는데 명함 있냐’고 물어보셨대요. 진짜 이사나 청소업체인줄 알고 그러신 거예요. 실제로 저희의 접근법이 진짜 ‘집안일 전문 업체‘처럼 보이게 만들어 놓고, 팝업에 들어와 보니 ‘집안일 문제를 미닉스 가전이 해결해준다’는 반전을 주려고 했던 거였으니까요. 의도가 맞아떨어진 거죠. 저희끼리는 “성공했다”고 그랬어요.
의도를 알아봐 주었을 때의 행복함이란! 뿌듯함 그 이상이었을 것 같아요. 인터뷰 직전까지도 팝업에 추가할 POP(Point Of Purchase) 디자인을 하다 왔다는 보경님은, 만족스런 미소를 남긴 채 자리로 돌아갔어요. 미닉스가 오프라인에서도 저변을 넓힐 수 있도록, 보경님을 비롯한 수많은 팀원들이 각자 자리에서 전념하고 있답니다.
북쪽 마을에서 열린 팝업은 9000명에 달하는 방문객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어요. ‘고객의 숨겨진 문제를 해결한다’는 앳홈의 미션을 이루려면, 고객들이 당연하다고 느끼던 불편함을 꺼내어 보여 줄 필요가 있겠죠. 북촌에서 열린 팝업도 그중 하나입니다. 미닉스는 앞으로도 다양한 제품과 오프라인 매장, 재미있는 이벤트와 캠페인으로 고객들을 만날 예정인데요. 이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면, 앳홈의 [채용 페이지]를 살펴보시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