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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톰입니다

[앳홈의 작업실] 얼마나 성공하고 싶은지 감도 안 오는, 프라이빗 에스테틱 브랜드 톰의 일본 진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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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성
Apr 29, 2026
처음 뵙겠습니다, 톰입니다
Contents
정해진 건 날짜 하나?!답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면우린 언제든 틀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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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제품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탄생 과정은 쉽게 알 수 없습니다. [앳홈의 작업실] 시리즈를 통해 제품을 만들며 한 고민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발견한 인사이트를 공유해 드릴게요. 어떤 기능을 담고, 어떤 요소를 택하고, 어떤 디자인을 고집했는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밀어붙였는지. 앳홈의 작업실 안에서 이뤄진 결정적 선택들을 생생히 만나 보세요.

일본 광고를 즐겨봅니다. 누군가에겐 ‘Skip’ 버튼 누르기 급급한 광고일지 모르지만, 일부러 찾아보는 건 특유의 재치와 감성에서 배울 만한 지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광고는 감성적인 카피라이팅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제가 좋아하는 카피를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망설이고 있다면, 가슴이 뛰는 쪽으로.” 위스키 브랜드 조니워커의 TV 광고에서 나온 카피입니다.

앳홈의 프라이빗 에스테틱 브랜드 톰은 올 4월, 도쿄 오모테산도 팝업을 통해 일본 진출을 알렸습니다. 일본에 첫 인사를 건넸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톰의 일본 진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카피가 곧바로 떠올랐어요. 없던 길을 걸으면서 만들었구나 싶었습니다. 애초에 잘 닦여진 길 위를 걷는 건 앳홈 스타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상륙을 준비하는 과정은 정말이지 난항이었다고 합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부딪쳐 가며 오픈런 100여명과 팔로워 1000명과 같은 조기의 성과를 빠르게 이뤄냈습니다. 이번 [앳홈의 작업실]에서는 톰이 일본에 처음 연 팝업 스토어 막전막후를 기록해봤어요.

도쿄 오모테산도 레페리 K-뷰티 셀렉트스토어 요도바시 J6 빌딩 외관
팝업이 열린 오모테산도 요도바시 J6 빌딩.

한국 뷰티 브랜드에게 일본은 이제 필수 시장에 가깝습니다. 일본이 수입하는 뷰티 제품 중 약 30%가 한국 제품이라고 해요. 프랑스(22.8%)를 제치고 1위(2025년 기준)입니다. 일본의 뷰티 시장 규모는 미국과 중국에 뒤이은 글로벌 3위 시장으로 알려져 있죠. ‘일본에 진출할 이유’를 찾는 것보다는 ‘일본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 게 더 어려워요.

화장품이야 원래 잘나갔지만, 요즘엔 뷰티 디바이스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올해 2월 한국 뷰티 디바이스 수출 금액은 약 260억 원. 작년 2월에 비해 74.9% 늘었어요. 개중 일본으로 수출이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일본 수출 금액은 1년 전에 비해 10배나 뛰었습니다. 2026년 4월 기준으로 큐텐 뷰티 디바이스 판매 상위 10개 브랜드 중 절반 이상이 한국 브랜드이기도 해요. 스킨케어에서 시작된 K-뷰티의 존재감이 디바이스로까지 번지고 있는데요. K-뷰티가 대세라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숫자로 보니 더 놀랍습니다.

물론 ‘시장이 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진출하자고 말하긴 어렵죠. 시장이 크다고 다 공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시장을 전부 이해하고 파악하려다 보면 리스크도 많고 허들이 높아 보여 지레 겁을 먹게 되기도 합니다. K-뷰티가 잘나간다고 해도, 몇몇 브랜드에 국한된 이야기라고 느껴질 때가 더 많아요.

톰에게 결정적이었던 건 타이밍입니다. 기존에는 뷰티 디바이스의 글로벌 인증 문제로 일본 진출의 우선순위가 높지 않았는데, 한국에서의 인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거든요. 큰 장벽 하나가 사라지자 나머지는 속도 문제가 됐습니다.

톰 디바이스 핵심 기술인 물방울 초음파 기술(TLDM™)은 일본에서 ‘물방울 리프팅(水滴リフティング’)'이라는 이름으로 미용 클리닉에 막 들어가기 시작한 단계이기도 합니다. 최신 시술 방식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는데요. 클리닉에서 반응이 있으니 홈 디바이스로 그 기술을 퍼트릴 타이밍이라고 봤습니다. 톰이 2026년을 글로벌 진출 원년으로 삼고 있기도 하고요.

정해진 건 날짜 하나?!

4월 2일. 톰 일본사업팀에게 정해진 건 딱 그 날짜 하나였습니다. 레페리 K-뷰티 셀렉트스토어 팝업까지 한 달 반을 남기고서야 윤곽이 잡혔어요. 팝업에서 스킨케어 제품을 팔 건지, 뷰티 디바이스를 팔 건지, 일본 법인이 없는 상태에서도 판매할 수 있는 건지, 관련 인증이나 법적 절차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하나하나 공부하면서 준비했습니다. 24시간이 모자랐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큰 장벽을 마주했습니다. 톰의 뷰티 디바이스가, 통관 과정에서 의료기기로 분류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겁니다. 정말 그렇다면 인증과 같은 절차가 최소 6개월은 걸릴 수 있는 상황. 팝업에서 보여주지도, 팔지도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었습니다. 더 글로우 시그니처의 사용설명서를 일어 버전으로 모두 만들어 둔 상황이기도 했는데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디바이스상품기획팀과 함께 발 벗고 나서 대응 방안을 찾았습니다. 수출 관련 내용을 알아보려 이곳저곳 연락을 돌리다가 제조 공장에서 한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더 글로우 시그니처를 제조한 공장이 이미 일본에 비슷한 제품을 납품한 이력이 있었던 건데요. 시험 성적서와 같이 수출 이력을 입증할 내용을 기반으로 통관 문서를 철저하게 준비했고,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장벽은 온라인 채널이었습니다. 팝업 스토어에 왔다 간 고객들은 ‘톰’을 온라인에 검색해볼 수도 있겠죠. 오프라인 경험이 온라인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접점을 미리 구축해 놓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우선 일본 아마존과 큐텐에 판매 페이지를 빠르게 오픈했어요. 창구를 만들어놓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일본행 비행기에서는 X(구 트위터) 계정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었습니다. 어떤 걸 올릴지 고민하다가 아무것도 못하기 보다는 일단 계정이라도 만들어 두자는 마인드였어요.

비 오는 날 도쿄 오모테산도 요도바시 J6 빌딩 팝업 현장
팝업 첫날부터 추적추적 비가 왔습니다.

답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면

부푼 맘을 안고 도착한 일본에서 첫날, 도쿄 팝업스토어는 생각보다 한적했습니다. 평일이기도 했지만, 유동 인구가 그리 많은 구역이 아닌 탓도 있었어요. 한국에서 들고 온 앰플 800개가 처량(?)해 보였습니다. 나가서 호객 행위라도 해야 할지 고민이 됐어요. 팝업 현장에서 한 일도 상상과는 달랐습니다. 현장을 지휘하기 보다는 제품 박스를 계속 나르고, 뜯고, 포장하고, 나눠 주면서 현장 운영을 뒷받침했어요. 농담을 조금 보태, 일본까지 출장 가서 가장 많이 한 건 박스 정리였습니다.

밤이 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가 SNS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개인 계정이 아니라 톰의 일본 공식 계정을 밤새 들여다봤어요. X와 인스타 계정으로 일본 고객들에게 답글을 달고, 리포스트를 이어갔어요. 온라인 호객 행위에 가까웠는데요. ‘THOME’이 흐릿하게 나온 사진만 보여도 리포스트하며 톰의 일본 진출을 알렸습니다. “우리 일본에 온 지 오늘로 이틀 됐어. 오모테산도에서 만나!”와 같은 어색하지만 귀여운 메시지를 계속 남기자, 반응이 보였어요. 

오픈런 이후 방문객들로 붐비는 톰 팝업 스토어 내부
한적하던 첫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렸어요.

“톰 X 계정 담당자 너무 귀엽다. 이 사람 만나러 오모테산도에 가야겠다” 같은 포스팅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뒤이어 팝업 현장에서 진행하는 앰플 증정 이벤트가 바이럴됐어요. 그 주말을 지나며 팔로워가 수백 명 늘었습니다. 팝업을 열고 첫 일요일. 100명 넘게 오픈런을 하러, 매장 앞에 늘어섰어요. 맨땅에 헤딩 같았던 SNS 삼매경이 결실을 이룬 순간이었습니다. 

현장에서 고객들이 더 글로우 시그니처를 직접 써보며 보인 반응도 일본사업팀에게는 단서가 됐습니다. 다른 디바이스를 사용해 보고 자극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던 고객이, 톰 디바이스를 사용해 본 뒤 자극이 적다는 사실에 놀라는 표정이 인상 깊었다고 해요. 

팝업은 2주 동안 열렸는데요. 작지만 의미있는 숫자들이 모였습니다. 가져간 앰플 800개는 동이 났고요. 광고비도 쓰지 않고, 인지도 0인 상태에서 시작해 디바이스 수십 대를 팔았습니다. 0명에서 시작한 SNS 팔로워는 1000명에 가까워졌어요. 최근엔 구매 고객의 자발적인 리뷰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우린 언제든 틀릴 수 있으니까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또 팝업을 운영하는 내내 톰 팀은 반복해서 물었어요. “우리 가설이 과연 맞을까?” 톰 일본사업팀은 어떤 방식이 통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가설을 세워 시도하고 틀리면 빠르게 수정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첫날 팝업 스토어 상황만 본다면 오픈런이 생길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매일 밤 SNS를 붙잡고 있는 일이 팔로워 수백 명을 만들어낼 거라고도 기대하지 못했고요. 

무엇이든 시도하고 계속하지 않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에요. 걷지도 않으면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길이죠. 국내 시장이나 북미 시장에서 안 됐던 방식도, 일본 시장에서는 시도해볼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태도, 실행력이 필요했습니다.

톰은 이렇게 성공적으로 눈도장을 찍고 돌아왔습니다. 숫자나 수치로 보면 아직 모자랄 수 있지만, 부딪쳐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팝업 스토어에 들렀던 일본 미디어나 화장품 유통사에게서 출연과 미팅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큐텐에서 ‘톰 더 글로우 시그니처’를 처음 구매한 고객이 있었습니다. 상세페이지를 아직 다듬는 중이었는데 누군가 구매해서 팀이 깜짝 놀랐는데요. 첫 고객이니만큼,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 싶어 제품과 함께 손편지를 써 보냈습니다. 편지에는 “앞으로도 톰을 잘 부탁드립니다”는 문장을 썼어요. 이에 감동했는지 정성스러운 리뷰(라고 쓰고 답장이라고 읽는다)가 달리기도 했습니다.

일본에 작은 첫 인사를 건넨 톰은, 이제 그 연결고리를 굳게 엮어 갈 리드와 마케터를 찾고 있습니다. 가설이 틀릴 수 있다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없는 길이라도 걸으면서 만들어가고 싶은 분이라면 [여기]를 눌러 채용 페이지를 살펴보세요. 일본사업팀과 함께, 톰을 잘 부탁드릴 동료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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