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에 가든 언어를 살피는 버릇이 있습니다. 언어는 문화의 거울이라고들 하니까요. 앳홈에 와서 가장 먼저 눈에 띈 단어는 ‘이견’이었습니다. 의견을 구하거나 피드백을 요청하면, ‘확인했습니다’라거나 ‘좋습니다’라는 답변도 있지만 ‘이견 없습니다’라는 답을 하는 동료들이 많이 보이는 겁니다. 실무자부터 대표님까지요. 처음에는 일반적이지 않네 싶다가, 의아해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이견’이라는 말이 어디서 나온 것일지 생각해 보게 됐어요.
이견이 없다는 말 뒤에는 늘 ‘실행’이 따릅니다. 이견 없으니 그대로 가시죠. 이견 없으니 진행해 보시죠. 정말 처음부터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 마지막 결정을 앞두고 나오는 말이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의견이 보태질수록 결정하고 실행하는 시간은 밀리기 마련이니, 큰 틀에서 동의하면 일단 전념하는 방식이 앳홈에선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듯했습니다. 이견이 꼭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정해진 목표를 향해 빠르게 달려야 한다는 감각이 ‘이견’이라는 단어에 녹아 있는 게 아닐까요?
빠른 결정은 대체로 빠른 변화를 동반합니다. 맡은 채널이나 제품이 바뀔 때도 있겠고, 팀이나 직무 같은 것이 바뀔 때도 있겠죠. 마케팅처럼 변화가 많은 영역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어제 통하던 방식이 오늘은 통하지 않는 영역이니까요. 이런 환경에서 일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말을 듣게 돼요. “이렇게 애 쓸 필요 없어, 어차피 또 바뀔 거야.” 정도만 다를 뿐, 저마다 자기 안의 ‘어차피 안 돼’와 싸우면서 일하고 있는지도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어차피 안 돼’를 매번 뒤집어 온 톰의 콘텐츠마케터 서영님을 만났습니다. 서영님은 인턴만 세 번을 했고, 앳홈에도 인턴으로 들어와, 지금은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어요. 입사 이후엔 톰의 뷰티 디바이스 더 글로우 시그니처의 마케팅을 맡고 있다가, 지금은 20대를 위한 뷰티 디바이스 투앤티업 TF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1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 팀도, 제품도, 하고 있는 일도 여러 번 바뀌었다는데요. 서영님은 그 변화를 견딘 게 아니라 매번 자기 것으로 바꿔 온 것 같았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다음 수를 떠올리게 되기까지
💬 "금요일에 면접을 보고 그다음 주 화요일에 출근했어요. 그것부터 진짜 빠르구나 했죠(웃음). 입사 직후에는 정말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마케팅이라는 게, 제가 막연하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더라고요. 콘텐츠 만드는 거나 아이디어 내는 건 자신이 있었는데, 광고 소재를 어떤 근거로 결정해야 할지를 막상 모르겠는 거예요. 'CTR'이 뭔지도 모르던 때였으니까요."
*CTR(Click-Through Rate): 광고나 콘텐츠가 노출된 횟수 대비 실제 클릭된 횟수의 비율을 뜻한다.
서영님은 영상학을 전공했고, 언론사와 방송사에서 인턴을 하며 영상 기반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콘텐츠 자체는 익숙한 사람이었던 건데요. 문제는 그 익숙함을 처음부터 무기로 활용하지는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뷰티 업계에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기도 했고, 본인이 만든 광고 소재가 매일 숫자로 평가받는다는 점이 기존의 일과 큰 차이로 다가왔습니다.
콘텐츠는 보통 ‘잘 만들었다’ 하고 끝날 수 있지만, 광고 소재는 그 목적이 다릅니다. 얼마큼 매출로 연결시켰냐가 중요하죠. 숫자로 눈에 보이고요. 매번 성적표가 도착하는 시험 같은 거랄까요. 그 점수를 매일 마주한다는 건, 상상만 해도 무서운데요. 서영님에겐 어떤 경험이었을까요.
💬 "제가 만든 소재가 다 수치로 보이잖아요. 수치가 안 나오면 그게 그냥 그대로 제 성적표가 돼 버리더라고요. 매일매일 수치가 곧바로 보이니까, 처음엔 엄청 스트레스였어요. 그걸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정말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데이터가 좀 쌓인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될지 감도 생겼고요. 수치를 보면서, 안 되면 다른 거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해요. 예전엔 수치 하나에 속상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이걸 어떻게 더 발전시킬지를 더 생각하죠."
같은 숫자를 보고 속상해만 하는 게 아니라 다음 수를 떠올리게 되기까지 시간을 들여 반복했습니다. 수치를 이해하려면 먼저 고객을 이해해야 했는데, 정작 서영님은 뷰티에 큰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택한 방법이 고객들이 남긴 기록을 파고드는 일이었대요. ‘내돈내산’ 했다는 고객들이 블로그에 남긴 글부터, 제품 얘기가 한두 문장 들어 있는 일상 글까지 샅샅이 살펴봤어요. 그렇게 실제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이해하고 고객 관점에 서게 되자, 제품을 어떻게 소구해야 할지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빈틈을 먼저 채우는 사람
이런 노력들과 함께 서영님이 택한 또 다른 전략(?)이 있습니다. 비어 있는 부분을 채우는 일을 도맡는 거죠.
💬"제가 콘텐츠를 잘 만들어서 살아남은 건 아닌 것 같아요. 대신 회색지대를 많이 채우려고 했어요. 뭔가 빈 곳이 없나, 내가 팀원들한테 도움 될 만한 게 없나, 이런 걸 엄청 많이 찾아다니고 채우려고 했던 것 같아요."
계기가 된 말이 있었다고 해요. 입사 초, 한 리더가 인턴들을 모아 놓고 한 말이었습니다.
💬"그분이 '내 몇 시간을 써서 정호님(앳홈 대표)의 30분을 아껴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시간을 쓰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게 너무 명쾌해 보였어요. 그러면 나도 리더나 동료들의 시간을 아껴주는 일을 해야겠다 싶었죠. 더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다면요."
빈칸을 채우는 일은 거창한 게 아닙니다. 회식 장소를 미리 찾아두고, 미팅 일정을 미리 잡고, 회의록을 정리하고, 놓칠 만한 일정들을 미리 정리하고, 필요하면 태그해 두는 식이었어요. 작아 보이지만, 동료들이 쉽게 놓칠 만한 부분들을 미리 점검하고 누군가의 30분을 아껴주는 일이라는 점에선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죠.
빈틈을 보는 습관은 가끔 아주 큰 틈을 발견하게 합니다. 톰에서 처음으로 광고 모델을 발탁했을 무렵의 일이에요. 모델은 배우 유인나님이었고, 자사몰 마케팅을 맡던 퍼포먼스마케팅팀은 리더 한 명과 인턴 셋, 단 네 명이었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선 정말 중요한 순간인데, 정작 그걸 전담할 인원이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제가 기획안을 만들어 리더님께 제안하고, 디자인 요청부터 예약 구매 프로모션 진행까지 쭉 팔로업했어요. 거기에 더해 유인나님께 제품 후기를 직접 남겨 달라고 제안드렸는데, 실제로 써보고 리뷰를 써주셨어요. 지금도 더 글로우 시그니처 상세페이지에 그 리뷰가 있거든요(웃음). 자사몰 전환율을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됐고요. 엄청 뛰어난 프로모션이라고는 못 하겠지만, 손 놓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요. 제가 모아서 주도적으로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비어 있는 자리는 보통 ‘내 일’과 ‘네 일’ 사이에 있죠. ‘그 틈을 누가 먼저 발견하고 채우느냐’라는 상황에서, 서영님은 늘 먼저 움직였어요.
어차피 변할 거라면, 모두 내 것으로
변화가 많은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회의가 들 법도 합니다. 어차피 이것저것 다 바뀔 텐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요. 변화가 잦은 곳에서라면 누구나 떠올리게 되는 그 질문을 서영님에게 직접 던져봤습니다.
💬"변하는 건 스타트업의 숙명이라고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회사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 제 것이 되는 일이잖아요. 제가 하면 제 결과물이 남고, 일종의 제 포트폴리오니까요. 작은 일이라도 '어차피 변할 건데' 하고 생각하면 힘이 빠지더라고요. 이왕 할 일이면 제대로 하자, 그런 마음이었어요.
정규직 전환이 되겠다는 욕심보다도, 어차피 마케팅을 계속할 거라면 앳홈에서 좋은 포트폴리오를 쌓아가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솔직히 인턴 때는 '많이 일할수록 오히려 이득'이라는 생각도 있었어요(웃음). 톰 같은 브랜드에서 제가 만든 소재로 수억 원의 광고비를 직접 집행해볼 수 있다는 게, 인턴 입장에선 정말 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일단 최대한 많은 걸 해보자, 했던 거죠."
‘헤맨 만큼 내 땅이다’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서영님이 그리 헤매지도 않은 것 같지만요. 그렇게 욕심 없이 ‘내 일’에 집중하면서 정규직 전환을 이뤄냈어요. 그 이후엔 조급함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빨리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혼자만의 압박을 조금씩 덜어낸 거예요. 최근엔 또 한 번의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익숙해진 더 글로우를 떠나, 투앤티업을 다루게 됐어요.
💬 "제품이 완전히 다르니까 또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고 있어요. 마케터 입장으로만 보면 안 되고, 고객이 처음 봤을 때 사고 싶어야 하잖아요. 어떻게 소구점을 발견할지, 또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설득할지가 요즘 가장 큰 고민이에요."
낯선 제품 앞에서 서영님은 그동안 변화를 겪으며 쌓아온 자기만의 무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PPL 기획안부터 인플루언서 마케팅, 자사몰과 라이브 소재 제작, 대행사 소통까지 많은 걸 맡아 왔으니 가능한 일입니다. 시도해 보지 않았던 광고 포맷도 하나둘씩 늘려가 보고 있어요. 고객 리뷰들을 엮은 소재를 만들기도 하고, 본인이 직접 출연해 마케터 인터뷰 형식의 광고 영상을 만들기도 했어요. 이전에는 거의 해보지 않았던 시도들입니다. 말투는 담담했지만 성과는 분명했어요. 직접 출연한 소재는 ROAS가 370%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ROAS(Return on Ad Spend): 투입 광고비 대비 매출로 연결된 수익률을 의미한다.
💬 "안 해봤던 걸 하나씩 해보는 게 제 나름의 재미 포인트예요. 물론 생뚱맞게 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랑 경쟁사를 살펴보고 근거를 갖고 연결해서 하는 거고요. 그래서 성과로도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영님에게 변화는 흔들릴 이유보다는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환경에 가까운 것 같았습니다. 인턴이라 못 맡을 일은 없고, 하찮아서 남는 게 없는 결과물도 없다는 말에서, ‘어차피 안 돼’와 엄청나게 싸워왔구나 싶었어요.
더 흥미로운 건, 정작 서영님은 정규직 전환을 좇으며 일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빨리 인정받아야 한다는 조급함보다 눈앞의 변화를 하나씩 제 것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죠. 그러자 자연스럽게 전환이 따라왔습니다. 잦은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매번 자기 몫을 해낸 사람을 어떻게 알아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 전환도 끝은 아닙니다. 익숙해질 만하면 또 새 제품, 새로운 팀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그게 앳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주 느끼는 모습이기도 한데요. 서영님은 그 끝나지 않는 변화를 매번 자기 성장의 재료로 묵묵히 바꿔내고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변화가 많은 곳일수록, 그 변화를 자기 성장으로 바꾸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더 많이 열립니다. ‘어차피 안 돼’를 ‘그러니까 해보자’로 바꿔 온 서영님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면, [이곳]에서 앳홈의 채용 공고를 살펴보세요. 당장 지원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다음 사람을, 서영님과 함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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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가나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골똘히 고민하고, 그걸 가지고 도전도 해보고, 결국에는 만들어 내고 해내는 사람들이요.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자기만의 방]은 앳홈의 일하는 방식을 따라 성과를 만들어 온 사람들이 어떤 태도로 일하고 있는지, 그 마음의 방 안을 깊이 들여다보는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한 편에 한 사람,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지, 어떤 선택과 고민과 사유들이 지금을 만들었는지. 화려한 수치와 성과 뒤, 그것이 나오기까지 자기만의 방에서 고민했을 그 과정을 들려드리고 싶어요.